
들어가며: 폐교, 정말 많아지고 있다는데… 그런데 누가 결정하는 걸까?
뉴스를 보다 보면 요즘 폐교 이야기가 부쩍 많이 들린다. 저출생, 인구 감소, 지방소멸… 이런 단어들과 함께 어김없이 따라오는 것이 바로 '폐교'다. 매년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학교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교실 창문에 먼지가 쌓이고, 학교 앞 문방구도 하나둘 사라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폐교는 누가 결정하는 걸까? 어느 날 갑자기 "내년부터 이 학교 문 닫습니다"라는 통보가 날아오는 건지, 아니면 오랜 논의 끝에 이루어지는 것인지. 학부모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이 되는 건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없어지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폐교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나는 시대에 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폐교의 절차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더 잘 보일 것이다.
1. 먼저 짚고 가자: 폐교란 정확히 무엇인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폐교'의 정의를 명확히 해두자. 폐교(廢校)란 말 그대로 학교를 폐지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가 공식적으로 그 기능을 멈추고 학교로서의 지위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폐교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학생이 전혀 없어서 자연스럽게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인근 학교와 통합(통폐합)되면서 한쪽 학교의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다. 현실에서는 후자, 즉 소규모 학교를 인근 학교로 통합하는 형태의 폐교가 훨씬 많다. 이것을 흔히 '학교 통폐합'이라고 부른다.
또한 폐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에서 발생하지만 현재까지 누적 폐교의 대부분은 농산어촌 지역의 초등학교에 집중되어 있다. 전교생이 한 자릿수인 학교, 심지어 교사가 학생보다 많은 학교도 있으니 그 현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2. 폐교를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폐교는 누가 결정하는가?
법적 결정권자: 시·도 교육감
결론부터 말하면, 학교의 폐교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인가하는 주체는 해당 지역의 시·도 교육감이다. 「초·중등교육법」 제4조와 제6조에 따르면,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설립과 폐지는 교육감이 관할한다. 즉, 서울시에 있는 학교라면 서울시교육감이, 경기도에 있는 학교라면 경기도교육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교육감은 선출직이다. 4년마다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이 교육감을 통해 폐교 여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감이 폐교 결정을 단독으로 내리는 것은 아니며 그 아래에는 복잡한 절차와 관계 기관들이 얽혀 있다.
실무 주체: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감 직속 기관인 지역 교육지원청이 폐교 관련 실무를 담당한다. 교육지원청은 관할 학교들의 학생 수, 교육 환경, 재정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통폐합 대상 학교를 검토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한다. 교육지원청의 보고와 건의를 바탕으로 교육감이 최종 방침을 결정하는 구조다.
중앙 정부의 역할: 교육부
교육부는 직접적인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전국 단위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과 재정 지원 기준을 통해 폐교 흐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지원 예산을 줄이거나 통폐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각 시·도 교육청은 자연스럽게 통폐합을 검토하게 된다. 즉, 교육부는 '유도'의 방식으로 폐교 결정에 개입한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
학교가 위치한 시·군·구 지자체도 폐교 논의에 관여한다. 특히 학교가 폐교된 이후 해당 부지와 건물의 활용 문제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의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학교 폐교가 지역 인구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폐교에 반대하거나 학교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3. 폐교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단계별 절차 완전 정리
단순히 누가 결정하느냐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폐교가 결정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여러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소규모 학교 실태 파악 및 검토
교육지원청은 관할 학교 중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든 학교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일반적으로 전교생이 60명 이하이거나, 한 학년에 학생이 한 자릿수인 학교들이 검토 대상에 오른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적정 규모 학교 기준'(대부분 전교생 60명 또는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밑도는 학교가 주요 대상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학생 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 여건, 학교 시설 상태, 통학 거리,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역할 등 종합적인 요소를 함께 살펴본다.
2단계: 통폐합 기초 계획 수립
검토 결과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지원청은 통폐합 기초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에는 통폐합 대상 학교, 통합 후 학교의 위치, 학생 통학 방안, 교직원 처리 방안, 일정 등이 포함된다. 이 기초 계획은 시·도 교육청에 보고되고 교육청이 전체적인 방향성을 검토한다.
3단계: 주민 의견 수렴 및 공청회
이 단계가 절차상 가장 중요하면서도 현실에서 가장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법적으로 폐교 또는 통폐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다. 공청회나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부모 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는 주민들도 있고, 반대로 하루빨리 통폐합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일수록, 폐교에 반대하는 졸업생과 지역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폐교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사례도 있다. 반면 어떤 지역은 학부모 대표들이 먼저 통합을 건의하기도 한다.
4단계: 학부모 및 지역 주민 동의 절차
공청회 이후 교육청은 보다 구체적인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많은 교육청이 내부 규정으로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통폐합 추진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 기준은 교육청마다 다소 차이가 있고 반드시 동의가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민 반대가 심하더라도 교육감이 교육적·행정적 필요성을 인정하면 강행하는 경우도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교육청이 통합 후 제공되는 혜택을 제시하기도 한다. 통학 버스 지원, 방과 후 프로그램 강화, 통합 학교 시설 개선 투자 등의 조건을 내걸어 주민들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5단계: 교육감 결재 및 공식 결정
주민 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교육지원청이 최종 통폐합 계획을 교육청에 제출하고 교육감이 공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때 교육청 내부의 심의 절차와 관련 위원회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감이 결재하면 공문이 해당 학교에 통보되고 구체적인 폐교 일정이 확정된다.
6단계: 폐교 공고 및 행정 처리
교육감의 결정이 확정되면 관보나 교육청 공보를 통해 폐교 사실이 공식 공고된다. 이후 학생 배치, 교직원 전보, 학교 기록 이관, 부지 및 건물 처리 계획 수립 등 행정적 마무리 작업이 진행된다. 폐교 이후 건물과 토지는 교육청 소유로 남아 활용 방안을 모색하거나 지자체나 민간에 임대·매각되기도 한다.
4. 폐교 결정에서 주민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될까?
법적으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있지만 현실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인 힘을 갖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솔직히 말하면 한계가 있다. 교육청이 이미 내부적으로 통폐합 방침을 정한 상태에서 공청회를 여는 경우도 있고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결국 추진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른바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반면 주민들이 강하게 결속해서 반대하면 통폐합이 수년씩 지연되거나 백지화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느냐, 그리고 해당 교육감이 주민 민심을 얼마나 중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셈이다.
최근에는 일부 교육청이 주민 참여 방식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 설문,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한 주민 토론회, 학생·학부모·교직원·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 운영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5. 폐교 기준은 무엇인가? 학생 수 몇 명부터 위험할까?
"전교생이 몇 명 이하면 폐교 대상이 되나요?" 이것이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다.
법적으로 폐교 기준이 되는 단일한 '학생 수 기준'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교육부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은 아래와 같은 기준을 참고 지침으로 제시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60명 미만, 중학교는 전교생 120명 미만, 고등학교는 전교생 180명 미만이 '소규모 학교'로 분류되어 통폐합 검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절대적인 폐교 기준이 아니라 지원과 관리의 기준선에 가깝다.
실제 폐교 결정은 학생 수 외에도 지리적 여건(도서·산간 지역 여부), 학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 통합 시 통학 거리 증가 정도, 지역 주민의 반발 강도, 해당 지역 교육감의 정책 방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교생 20명짜리 학교가 수십 년째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100명이 넘는 학교가 통합되는 경우도 있다.
6. 폐교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생기나?
폐교 결정 과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감정, 이해관계,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래서 갈등은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학부모 vs. 교육청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더 먼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나 교통이 불편한 농촌 지역에서는 아이의 안전과 생활 패턴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교육청은 재정적 효율성과 교육의 질 향상을 명분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 이 두 입장이 충돌할 때 중간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세대 간 갈등
젊은 학부모들은 어차피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반면 학교를 졸업한 어르신 세대나 오랫동안 그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마을의 소멸로 받아들인다. 같은 마을 안에서도 세대에 따라 폐교에 대한 시각이 크게 갈린다.
지자체와 교육청 간의 줄다리기
앞서 언급했듯이 지자체는 인구 유출 우려로 폐교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교육청은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통폐합을 추진하려 한다. 이 두 기관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폐교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7. 특별한 경우: 폐교가 되지 않는 학교들
모든 소규모 학교가 폐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교들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폐교에서 예외가 된다.
도서벽지 학교: 섬이나 깊은 산간 지역처럼 통학이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곳에 위치한 학교는 학생 수가 적더라도 폐교를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 때문이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학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나, 지역 문화유산과 연결된 학교는 폐교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있다.
대안 교육 특성화 학교: 일부 소규모 학교가 자연 친화적 교육, 예술 교육, 지역 문화 계승 교육 등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폐교를 면한 경우도 있다. 오히려 전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8. 폐교 이후: 학교 건물과 부지는 어떻게 되나?
폐교가 결정되면 학교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은 시·도 교육청에 귀속된다. 이후 교육청은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해당 재산을 매각하거나 임대하여 활용하게 된다.
우선순위는 공공 목적 활용이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활용 의향을 밝히면 먼저 협의를 거친다. 공공 목적의 활용이 여의치 않은 경우 민간에 임대하거나 매각한다. 최근에는 귀농귀촌 지원센터, 문화예술 공간, 농촌 체험 학습장, 캠핑장,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 재산을 민간에 매각할 때 용도 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어 단순히 땅값을 올리기 위한 개발보다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조건을 달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폐교가 의미 있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고, 오랜 기간 방치되어 흉물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9. 앞으로 폐교는 더 늘어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
이렇게 길게 폐교의 결정 주체와 절차를 살펴본 이유가 있다. 앞으로 폐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생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지방 인구 유출도 멈추지 않고 있다. 2030년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학교들이 통폐합 대상에 오를 것이다. 이제는 농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도시 지역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통폐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폐교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를 일반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더 나은 방향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아이 학교 없어진대요"를 듣는 것과, 절차를 알고 미리 준비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나오며: 추억은 그대로인데, 결정은 계속된다
학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녹아 있다. 첫 등교하던 날의 설렘,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기억, 선생님께 혼나며 울었던 교실, 졸업식 날 친구와 나눈 약속들. 폐교가 결정된다는 것은 그 모든 시간들이 담긴 공간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폐교를 결정하는 것은 교육감이다. 실무는 교육지원청이 담당하고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힘을 갖는지는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경험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절차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교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통폐합 논의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어디에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폐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이 더 투명하게, 더 민주적으로,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다.
추억은 그대로다. 하지만 결정은 계속된다. 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제는 알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