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합쳐지면 교육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방과 후 수업도 포기하고, 학원도 못 갑니다. 통폐합이 가져온 교육 불평등의 실체를 들여다봅니다.

통폐합,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학교 통폐합은 표면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처럼 보입니다. 학생이 줄었으니 학교를 줄이고, 아낀 예산으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통폐합을 통해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더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 더 많은 교우 관계,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통폐합 이후 아이들의 하루는 더 길어졌습니다.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통학버스를 타고,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옵니다. 피곤한 아이는 숙제도 못하고 잠들고, 부모는 긴 통학 시간이 걱정돼 결국 읍내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이사를 못 하는 가정의 아이들만 남아 더 긴 거리를 오갑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초·중학교 통폐합 대상 학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농어촌 지역 학생의 평균 통학 시간은 도시 학생의 두 배를 넘습니다. 단순한 행정 숫자 뒤에는 매일 긴 버스를 타는 아이들의 시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이 글은 통폐합이 실제로 아이들의 교육 기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교육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통학 시간의 현실: 숫자로 보는 불평등
통학 시간은 교육 불평등을 측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 중 하나입니다. 교육 환경이 같아도 학교까지 가는 데 30분이 걸리는 아이와 90분이 걸리는 아이의 하루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 초등학생의 평균 편도 통학 시간은 통폐합 이후 평균 25분에서 48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왕복으로 환산하면 하루 1시간 36분입니다. 수업일수 19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에 304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는 것입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닙니다. 책을 읽을 수도, 친구와 놀 수도, 부모와 대화할 수도 없는, 그냥 사라지는 시간입니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산간 오지나 도서 지역의 경우 편도 통학 시간이 1시간을 넘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런 지역의 아이들은 사실상 학교에 가는 것이 하루의 가장 큰 일과가 됩니다. 도시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 학원, 스포츠 활동으로 채우는 시간을 농어촌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보냅니다.
통학 시간의 불평등은 단순히 물리적 불편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학 연구들은 과도한 통학 시간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긴 통학 시간으로 인한 피로가 수업 집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가 피곤하면 배움의 질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교육 불평등의 출발점입니다.
통폐합이 만드는 시간 불평등: 사라지는 기회들
통학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줄어드는 시간에는 교육 기회가 담겨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박탈이 가장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통합된 학교는 대도시 학교에 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게 제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통학버스의 운행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농어촌 지역 통학버스는 정해진 시간에만 운행됩니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버스가 없으면, 아이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버스를 놓치면 부모가 직접 데리러 와야 하는데, 농번기에 바쁜 부모나 차가 없는 가정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차가 있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됩니다. 통폐합이 더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주장은, 그 프로그램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독서와 자기 주도 학습 시간의 감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학업 성취도 연구들은 하루 30분 이상의 자유로운 독서 시간이 장기적인 학업 성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왕복 2시간 가까운 통학 시간에 지쳐 집에 돌아오는 아이에게 책을 읽을 에너지와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통학 시간의 증가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기 계발 기회를 잠식합니다.
또래와의 관계 형성 기회도 줄어듭니다. 학교가 가까울 때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친구 집에 놀러 가고, 동네에서 함께 어울립니다. 그런데 학교가 멀어지면 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교류가 어려워집니다. 친구가 사는 곳이 차로 30분 거리라면,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말이 불가능해집니다.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서 비공식적인 또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이것도 결코 가벼운 손실이 아닙니다.
사교육 접근성의 격차: 학원도 못 가는 아이들
통폐합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은 공교육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교육 접근성의 격차도 심화됩니다.
도시 아이들에게 학원은 학교교육의 보완재이자, 때로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영어, 수학, 피아노, 태권도, 코딩 등 다양한 학원이 학교 주변에 밀집해 있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 차량이 아이들을 픽업해 갑니다. 이 시스템은 도시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작동합니다.
그러나 농어촌 통합 학교로 통학하는 아이들에게 학원은 사실상 접근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원이 있더라도 읍내에 있고,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통학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이미 저녁입니다. 학원을 다니려면 부모가 따로 차로 데려다줘야 하는데, 맞벌이 농촌 가정에서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격차가 축적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농어촌 학생과 도시 학생의 격차는 매년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격차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통학 시간 증가로 인한 사교육 접근성 저하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공교육의 통폐합이 결과적으로 사교육 접근성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나 온라인 학습이 이 격차를 메워줄 수 있지 않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는 여전히 도시에 비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온라인 학습은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갖춰진 학생들에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피곤에 지친 채 긴 통학을 마친 아이에게 스스로 노트북을 켜고 인강을 듣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특수교육과 돌봄의 공백: 가장 취약한 아이들의 이야기
통폐합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중에서도 가장 가시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과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의 교육 기회 박탈입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큰 통학 부담을 집니다. 장애 유형에 따라 긴 통학 시간 자체가 신체적·정서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수교육 보조 인력이나 특수학급이 작은 학교에서는 제공되지 않아, 통합 학교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형성된 교사와의 신뢰 관계, 아이에게 맞춰진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학교 돌봄 서비스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생활 안전망입니다. 맞벌이를 하거나 농사일로 바쁜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학교 돌봄 교실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끼니를 챙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통폐합으로 학교가 멀어지면, 돌봄 교실이 끝난 후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줄 수단이 없어집니다. 통학버스는 오후 일찍 끊기는 경우가 많고, 저녁 시간대까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후 귀가 수단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결국 돌봄이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차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방과 후 프로그램도, 돌봄 서비스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은 멀리서 통학하고, 일찍 귀가해, 혼자 시간을 보냅니다. 통폐합은 이 격차를 더 선명하게 만듭니다.
교사의 시각: 통폐합이 교육 현장에서 의미하는 것
통폐합의 영향은 학생들에게만 미치지 않습니다. 교사들의 교육 여건 변화도 교육 불평등과 직결됩니다.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은 통폐합 이후 더 많은 학생을 담당하게 됩니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 개별 학생에 대한 주목과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소규모 학교에서 가능했던 1:1에 가까운 맞춤형 지도가 통합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집니다. 이것은 학생 입장에서는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경험입니다.
농어촌 학교 교사들의 기피 현상도 심화됩니다. 통합 학교라 하더라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어촌 지역 학교는 교사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교사 부족으로 인해 한 교사가 여러 교과를 담당하거나, 기간제 교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교사의 전문성과 안정성이 낮아지면 교육의 질도 떨어집니다.
반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깊이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3년간 같은 교사에게 배우면서 형성된 신뢰 관계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학습 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관계가 통폐합 과정에서 끊어지는 것도 보이지 않는 교육 손실입니다.
통학버스의 현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통폐합 정책의 핵심 보완 수단은 통학버스입니다. 학교가 멀어지는 대신 버스를 제공해 통학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학버스 운영의 현실은 이 의도와 상당히 다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노선의 한계입니다. 통학버스는 효율적인 노선을 중심으로 운행됩니다. 외진 곳에 사는 아이들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산간 지역의 경우 정류장까지 30분 이상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날씨가 나쁜 날, 아이가 아픈 날, 이 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그 길을 걸어본 사람만 압니다.
두 번째 문제는 운행 횟수입니다. 대부분의 농어촌 통학버스는 등교 시간과 하교 시간, 하루 두 차례만 운행합니다. 아이가 아파서 조기 귀가해야 하는 경우,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 경우, 학교 행사로 귀가가 늦어진 경우 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부모가 차로 데리러 오지 못하면 아이는 학교에서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야 합니다.
세 번째 문제는 안전입니다. 농어촌 지역 통학버스는 굽이진 산길, 폭설, 안개 등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상 조건 속에서 운행됩니다. 통학버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립된 지역에서의 응급 대응도 도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아이를 버스에 태워 보내는 농촌 부모들의 불안감은 도시 부모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비용입니다. 농어촌 통학버스는 지자체나 교육청이 운영 비용을 부담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운행 횟수와 노선이 지속적으로 축소됩니다. 통폐합으로 인해 통학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압박으로 인해 버스 서비스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역별 교육 격차의 심화: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
통폐합 이후 지역별 교육 격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면, 정책의 의도와 결과 사이의 간극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농어촌 지역 학생과 대도시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격차는 최근 10년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통폐합이 활발하게 진행된 지역일수록 이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도 일부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대학 진학률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어촌 출신 학생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도시 출신 학생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습니다. 이 격차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초등학교·중학교 시절부터 누적된 교육 기회의 차이가 한 원인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통학 시간이 길고, 방과후 프로그램 접근이 어렵고, 사교육 기회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학 입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은 구조적 필연에 가깝습니다.
지역 간 교육 격차는 결국 지역 간 경제 격차로 이어집니다. 교육 기회가 적었던 농어촌 출신 청년들이 고소득 직업군에 진입하기 어렵고 이것이 다시 농어촌 지역의 경제적 침체와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폐교와 통폐합이 단순한 교육 행정 문제가 아니라 지역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해외 사례: 농촌 소규모 학교를 지키는 나라들
한국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농촌 소규모 학교 문제를 겪는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면,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학생이 적더라도 지역 교육 거점으로서의 기능을 인정하고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소규모 학교의 교육 질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교사 한 명이 복식 학급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이것이 교육의 열등함이 아니라 개별화 교육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부작용을 경험한 후, 최근에는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극히 적은 지역의 학교도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으로 보고 폐교보다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합하는 '커뮤니티 스쿨' 모델이 확산되면서, 소규모 학교가 오히려 지역 재생의 거점이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피오르드 지형의 특성상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 대도시 학교와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물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기술로 보완하되, 학교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 접근입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소규모 학교를 비효율의 상징이 아니라 지역 교육의 다양성과 공동체 유지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통폐합 중심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통폐합의 대안: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방법들
통폐합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요. 실제 현장에서 시도되거나 논의되는 방안들을 살펴봅니다.
복식 학급 운영의 질 개선이 첫 번째 방향입니다. 복식 학급은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한 교사에게 배우는 방식입니다. 학생 수가 적을 때 불가피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설계되면 오히려 교육적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학년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는 역할도 경험하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발달합니다. 문제는 복식 학급 운영에 필요한 교사 연수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복식 학급 교사에 대한 전문 연수와 추가 지원이 제도화되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면서 교육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거점 학교와 위성 학교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전면 통폐합이 아니라, 핵심 교과는 거점 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일부 수업은 각 마을의 소규모 학교에서 진행하는 혼합 모델입니다. 학생들이 매일 긴 거리를 통학하는 대신, 특정 요일에만 거점 학교로 이동하고 나머지 날은 가까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방식입니다. 통폐합의 교육적 장점과 소규모 학교의 접근성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접근입니다.
디지털 기반 원격 수업의 보완적 활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전문 교과를 원격으로 연결해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단, 이것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안정적인 인터넷 인프라와 원격 수업에 적합한 교육 설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현재처럼 농어촌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가 도시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는 이 방안도 한계가 있습니다.
교사 인센티브 강화도 빠질 수 없는 과제입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우수한 교사가 지속적으로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농어촌 근무 교사에 대한 수당 현실화, 승진 가산점, 주거 지원 강화 등이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교사가 있는 학교는 학생이 적어도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효율의 이름으로 지워지는 아이들의 기회
통폐합은 행정 용어입니다. 그러나 그 단어 안에는 새벽부터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시간이 있고, 방과후 수업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의 기회가 있으며, 친구 집에 놀러 가지 못하는 아이의 일상이 있습니다.
효율은 중요합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학교를 조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아이들의 교육 기회가 가장 크게 줄어드는 결과가 생긴다면, 그 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교육 불평등은 어느 한 시점의 결정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통학 시간이 하루 한 시간씩 늘어나고, 방과후 수업을 하나씩 포기하고, 학원에 한 번도 못 가는 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통폐합이 만드는 불평등은 조용하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학교의 크기가 아니라 아이의 기회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작은 학교라도 아이가 충분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면 유지해야 하고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해 줄어드는 기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효율의 이름으로 아이들의 기회를 지워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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