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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공간 리셋 프로젝트

폐교를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로컬 관광의 비밀

by knowledgeof 2025. 4. 24.

폐교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폐교,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숨 쉬다

사람이 떠난 공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빈 공간에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폐교’라는 공간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의 감성과 기억을 품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폐교를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폐교는 교통은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과 자연 속 입지가 로컬 여행자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행자들은 호텔보다 ‘경험’을 원하고, 폐교 게스트하우스는 바로 그 지점을 충족시킨다.
그곳엔 옛날 나무 책상도, 분필 자국이 남은 칠판도 그대로 남아 있고, 그 공간이 그대로 하룻밤의 기억이 되는 것이다.

왜 폐교는 숙박 공간으로 적합한가?

첫째, 폐교는 이미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교실은 객실로 전환 가능하고, 교무실은 카운터나 운영자 공간으로, 강당은 다인실이나 공동 라운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화장실과 급식실은 샤워실 및 주방 공간으로 개조되며, 운동장은 캠핑장이나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둘째, 대부분의 폐교는 자연과 가까운 입지에 있다. 산속, 바닷가, 들판 옆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용하고 휴식에 적합하다. 셋째, 지자체가 폐교 활용을 장려하면서 저렴한 임대료와 리모델링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창업 부담이 낮아진다.
넷째, 기존 교실 구조가 객실로 전환되기 쉬워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며,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방문자 입장에서도 평범한 모텔, 펜션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험은 잊히기 어렵다.

실제 사례: OO게스트하우스, 교실에서의 하룻밤

전북 E군의 한 산골 폐교. 이곳은 2014년에 문을 닫은 작은 초등학교였으나, 2020년 지역 청년 창업자가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OO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총 4개의 교실을 객실로 개조하고, 하나는 다인실, 나머지는 2인실로 구성했다. 교무실은 체크인 데스크와 카페 공간으로, 강당은 독서 라운지와 다목적 강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동장은 방문객을 위한 캠핑 존으로 개방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서 ‘로컬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막걸리 만들기, 폐교 주변 산책, 교정에 텐트 치기, 지역 식자재로 요리하기 등이다.
방문객 중에는 "이 학교에 내가 다녔었다"는 중년 여행자도 있고, SNS에서 사진을 보고 방문한 2030세대도 있다. 이 공간은 이제 단순한 폐교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지역과 외부가 만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었다.

운영의 현실과 과제

폐교 게스트하우스는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운영에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첫째, 위치 문제다. 폐교는 대개 도시 외곽에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낮다. 이를 극복하려면 픽업 서비스, 셔틀 운영, 위치 기반 마케팅이 필요하다.
둘째, 리모델링 비용이다. 화장실 개조, 단열 보강, 창문 교체 등 기본적인 설비가 낡아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제법 높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폐교 활용 창업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 상당 부분을 보조받을 수 있다.
셋째, 운영 지속성이다. 숙박은 계절성 사업이라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크고, 지역에 따라 평일 투숙률이 낮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워크숍 대관, 글쓰기 캠프, 사진 워크숍, 장기체류 할인 등 다양한 모델이 함께 기획되고 있다.
또한, 운영자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청년팀, 협동조합, 지역 커뮤니티 연합으로 운영하는 경우 안정성과 창의성이 동시에 높아진다.

폐교 게스트하우스는 여행 그 이상의 경험이다

이제 폐교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로컬 여행의 거점이 되어가고 있다. 교실에서 자고, 교정에서 산책하고, 지역 사람들과 밥을 나누는 그 경험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청년들에게 폐교는 창업의 공간이자 인생의 실험실이며, 여행자에게는 감성과 힐링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폐교가 이런 방식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그곳엔 단지 건물이 아니라 기억이 있고, 감성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 폐교 게스트하우스는 분명 지속 가능한 로컬관광의 핵심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