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공동육아센터로 다시 태어나다
과거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 교실마다 울려 퍼지던 종소리. 그러나 아이들이 떠나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적막한 폐교였다.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폐교는 때로는 방치되거나 철거되기도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동육아센터’다.
최근에는 부모들이 함께 돌보고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방식이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늘어나고 있으며, 마을의 중심 공간으로 폐교를 재활용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폐교는 넓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육아 공간으로 전환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
이제 폐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 마을이 함께 웃는 공동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왜 폐교는 공동육아센터에 적합할까?
폐교는 본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교실, 운동장, 복도, 놀이터까지 모두 아이의 시선에 맞춰 설계된 공간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최소화하고도 육아 공간으로 전환하기 매우 적합하다.
첫째, 각 교실은 보육실, 놀이방, 수면실, 부모 쉼터 등으로 구분하기 쉬우며, 구조 변경이 적다.
둘째, 체육관이나 강당은 유아 체육 활동, 가족 프로그램, 문화 공연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셋째, 운동장은 야외 놀이장, 텃밭 체험장, 자전거 교실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폐교는 마을 중심에 있어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부모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육아 철학에 부합하는 ‘열린 공간’으로 작동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기존 교육시설을 재활용함으로써 별도의 부지 매입 없이 육아 관련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된다.
실제 사례: ‘함께 자라는 집’, 아이들의 두 번째 학교
충남 F군의 한 마을에서는 2016년 폐교된 OO초등학교를 공동육아센터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이 센터의 이름은 ‘함께 자라는 집’. 지역 청년부모 10여 가구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폐교를 임대하고, 교실을 직접 리모델링했다.
현재 이곳에는 0~6세 아동 30여 명이 다니며, 각 교실은 연령별 놀이방, 수면실, 공동 주방, 부모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운동장에서는 주 1회 ‘부모와 함께 하는 놀이터’ 활동이 열리고, 강당에서는 동화극 발표회, 영화 상영, 플리마켓이 진행된다.
놀라운 점은 운영방식이다. 이 공동육아센터는 직원이 아니라 부모가 돌아가며 직접 운영에 참여한다. 급식, 청소, 수업 보조, 프로그램 기획 등을 공동으로 분담하며, 이를 통해 가족 중심의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마을 어르신이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이웃 청년이 재능기부로 악기 수업을 열기도 해 <<진짜 ‘마을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구조’>>가 실현되고 있다.
운영의 어려움과 극복 사례
폐교를 공동육아센터로 바꾸는 일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크지만, 현실적인 운영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따른다.
첫째는 시설 리모델링 비용이다. 특히 보육 시설은 법적 기준이 까다로워 단열, 방수, 위생 설비 등 필수 보강 공사가 요구된다. 이 부분은 지자체의 지원사업, 사회적 기업 연계, 혹은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둘째는 지속적인 운영인력의 확보 문제다. 협동조합 방식은 초반에는 활력이 넘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도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 워크숍, 역할 순환제, 외부 전문가 컨설팅 등 조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셋째는 보육법 기준 충족이다. ‘공동육아’라고 하더라도 시설 기준, 보건소 점검, 식품 위생, 안전 규정 등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지역 어린이집과 협력해 전문 보육교사를 파견받아 규정을 만족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공동체’가 살아 있어야 이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폐교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다,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왔다
폐교는 이제 ‘사라진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미래를 다시 짜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공동육아센터로 탈바꿈한 폐교는 아이를 중심으로 한 지역 재생의 출발점이며, 부모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진짜 공동체 모델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성장한다. 공간이 가진 과거의 기억이 아이들의 현재와 이어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피어난다.
앞으로 더 많은 마을에서, 폐교가 이런 방식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
그것은 단지 ‘육아 공간 확보’가 아니라, 마을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따뜻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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