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떠난 폐교, 노인들이 돌아왔다
경북의 한 작은 마을, 1980년대만 해도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OO초등학교는
2010년대 들어 학생 수 감소로 결국 폐교되었다.
교문은 녹슬고, 운동장은 잡초로 뒤덮였다.
그런데 2022년 여름, 이곳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학생이 아닌 노인들이었다.
텅 비어 있던 교실은 웃음소리와 함께 커피 향으로 채워졌고,
칠판 위엔 이제 복약 시간표와 건강강좌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 폐교는 지금,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커뮤니티 센터가 되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왜 폐교를 노인 공간으로 바꿨을까?
한국 농촌 고령화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마을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혼자 사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고립·건강·삶의 질 문제가 대두되며
공공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축 센터 건립은 예산, 부지, 시간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이때 활용 가능한 것이 바로 폐교다.
폐교는 이미 안전한 구조와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어르신 접근성도 뛰어나다.
교실은 프로그램실, 체육실, 간이 식당 등으로 쉽게 전환 가능하고
운동장, 복도, 사무실, 급식실 등도 다양한 기능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사례: '다시학교', 어르신이 교복 입는 날
전북 M군, 2016년 폐교된 OO분교는 2021년부터 ‘다시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마을 주민, 사회적 기업이 협력해 만들어낸 노인 커뮤니티 리모델링 사업의 대표 사례다.
- 교실 2칸은 건강 체조실과 정보화 교실
- 도서실은 작은 북카페
- 급식실은 지역 어르신 대상 주 5회 무료 식사 제공 공간
- 운동장은 걷기 교실 + 게이트볼장
- 교무실은 치매 예방 상담실 + 마을 이장 사무실로 탈바꿈
가장 큰 변화는 참여자 수였다.
처음엔 10명도 안 됐던 어르신들이
현재는 매일 40~50명이 출석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실버 문화제’에는 외부 가족들도 초대돼
세대 통합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운영 방식: 마을이 직접 만드는 복지
‘다시학교’의 가장 독특한 점은
운영 주체가 마을 주민들이라는 것이다.
지자체는 리모델링과 초기 설비만 지원하고,
이후 프로그램 기획, 간식 준비, 행사 진행 등은
마을 자체 커뮤니티가 맡고 있다.
특히 70대 어르신 3명은
매일 아침 자율적으로 출근(?)해
책상을 닦고, 라디오를 켜고, 냉장고 정리를 하며
“자기들의 학교”처럼 이 공간을 관리한다.
사회복지사와 지역 대학생 봉사자들이 함께 협업하며
‘컴퓨터 배우기’, ‘사진으로 기록하는 마을’,
‘내가 직접 만드는 유서’ 같은 프로그램도 기획되어
단순한 공간 이용을 넘어 삶의 활력을 되찾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효과: 숫자가 아닌 ‘존재감’이 생긴다
이전엔 마을 노인들이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었다.
TV가 유일한 친구이고, 병원과 시장 외엔 외출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학교’가 생기고 나서
어르신들은 매일 갈 곳이 생겼고,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건강 체크, 정기 운동, 영양식 제공,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있어야 공간이 돌아간다”는 존재감이
많은 어르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마을 어르신들의 우울감 수치와 치매 고위험군 비율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폐교는 단지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다
폐교를 복지 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단순한 ‘건물 활용’이 아니다.
그건 지역의 시간을 복원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중심에 놓는 작업이다.
건축 비용 없이,
추억이 담긴 공간을 그대로 살려,
누구에게도 외면받지 않는 구조로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많은 지역에서
폐교를 활용해 만들어내고 있는
‘돌봄의 공간 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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