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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공간 리셋 프로젝트

버려진 학교, 예술가들의 집이 되다-폐교 아트레지던시 이야기

by knowledgeof 2025. 4. 25.

예술가가 돌아온 학교, 폐교의 새로운 역할

강원도의 조용한 시골 마을.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작은 초등학교가 이제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되었다.
이 학교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하나둘,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물차에는 나무 패널, 페인트, 캔버스가 실려 있었고, 교실에는 다시 불이 켜졌다.
이 공간은 이제 로컬 아트레지던시, 즉 지역 예술가들이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폐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폐교 아트레지던시

왜 폐교는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적합할까?

폐교는 구조적으로 예술 창작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 교실은 작업실, 전시실, 회의실 등으로 바로 전환 가능
  • 체육관은 설치미술, 공연, 워크숍 장소로 사용
  • 넓은 운동장과 복도는 야외 작업이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적합

게다가 대부분의 폐교는 자연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도심보다 창작에 몰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지자체와 문화재단 등에서
예술인 레지던시 지원, 유휴공간 재생 사업, 지역 창작 인프라 지원사업 등과 연계되면
임대료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사례: ‘스쿨아트랩’, 마을 안의 창작소

강원도 K군의 한 폐교는 2014년 문을 닫은 후 방치되다가,
2020년 지역문화재단과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협력해 ‘스쿨아트랩(School Art Lab)’으로 리모델링되었다.

  • 6개의 교실은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작업실로
  • 도서실은 공동 자료실과 미니 북카페로
  • 체육관은 전시와 퍼포먼스 무대로 바뀌었다

이곳은 단순한 입주 공간이 아니라,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열린 창작소’로 운영되고 있다.
📌 마을 아이들과 함께 그리는 벽화,
📌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사진 클래스,
📌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설치미술 등
지역 기반 창작 활동이 일상처럼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이 폐교는 예술가에게는 작업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상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운영의 현실, 그리고 극복 방법

폐교를 아트레지던시로 바꾸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도 많다.

첫째, 건물 노후로 인한 단열·전기·환기 문제
→ 정부 지원사업 또는 사회적 기업 협력으로 리모델링 비용 보완

둘째, 작가 수요의 일시성
→ 워크숍, 전시, 팝업 스토어, SNS 콘텐츠 등으로 꾸준한 활동 유지 필요

셋째, 지역 주민과의 거리감
→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마을 기록 프로젝트, 작가와의 대화 등으로 자연스러운 유대 형성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폐교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서
마을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폐교는 예술의 뿌리가 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쉼’과 ‘몰입’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지역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틀을 찾고 있다.

폐교를 아트레지던시로 바꾸는 일은
그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버려졌던 공간에
붓질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전시가 열리고,
마을의 일상이 예술로 채워질 때—
그건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 진짜 변화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대단한 자본이 아니라
작은 창작과 연결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