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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공간 리셋 프로젝트

폐교를 공유오피스로? 지방의 놀라운 공간 재탄생 사례

by knowledgeof 2025. 4. 23.

폐교를 공유오피스로? 지방의 놀라운 공간 재탄생 사례

폐교, 공유오피스로 다시 태어나다

도시 외곽과 농촌 지역에서 점점 늘어나는 폐교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라는 통계 이상의 사회적 신호를 담고 있다. 한때 지역 사회의 중심이었던 학교가 닫히고 난 뒤, 그 공간은 오랜 시간 방치되며 흉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폐교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되살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유오피스’로의 전환이다. 이 흐름은 단순히 공간 재활용을 넘어, 지방의 청년 창업 생태계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청년 유입 정책, 지역 활성화 전략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 중이다. 폐교는 더 이상 소멸의 상징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폐교를 왜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는가?

폐교는 원래부터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건축물이다. 기존 교실은 일정한 간격으로 구획되어 있어 사무 공간으로 나누기 쉽고, 복도는 회의실이나 소통 공간으로, 강당은 행사장으로, 운동장은 주차장이나 커뮤니티 야외 공간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폐교는 전기, 수도, 통신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리모델링 시 설비공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특히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나 1인 기업, 프리랜서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게다가 정부나 지자체가 폐교를 무상임대 혹은 저가 임대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처럼 고정된 점포가 필요 없는 디지털노마드형 직업군에게는 이상적인 근무 환경이 된다. 더불어 지역 주민과의 연결을 통해 로컬 콘텐츠 제작, 지역 연계형 프로젝트로 확장될 수도 있어,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 지역 경제와 문화에 기여하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경북 OO군 창업마을, 폐교 공유오피스의 성공 사례

2022년, 경북 OO군은 지역 내 폐교된 OO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OO창업마을’이라는 이름의 공유 오피스를 조성했다. 이 공간은 총 20여 개의 사무실, 공용 회의실, 영상 스튜디오,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역 청년뿐 아니라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귀촌한 창작자들도 입주하고 있다. 특히 이 공유오피스는 초기 1년간 월세가 면제되고, 관리비만 내는 조건이어서 창업 초기 부담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곳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전자상거래 운영자, 로컬 브랜드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1인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입주자들 간의 자발적인 협업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OO창업마을은 단순히 공간 제공을 넘어, 매월 네트워킹 행사, 공동 프로젝트 공모전, 마을 연계 활동 등을 운영함으로써 진짜 ‘커뮤니티형 창업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사례는 폐교라는 물리적 자산이 단지 빌려주는 공간 그 이상으로, 지역과 외부 창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폐교 오피스화의 현실적인 문제와 극복 방법

물론 모든 폐교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난관은 입지다. 외진 지역의 폐교는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상권도 약해 입주자 유치가 어렵다. 두 번째는 노후화다. 오래된 학교 건물은 단열, 난방, 누수, 곰팡이 등 시설적 문제가 심각할 수 있고, 이를 보완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세 번째는 운영 주체의 전문성이다. 공간을 단순 임대만 하고 관리·운영을 소홀히 할 경우, 입주자 만족도가 떨어지고 금방 이탈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공 사례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먼저, 공간 기획 단계에서 지역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여 실제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했고, 운영 또한 외부 위탁이 아니라 지역 스타트업이 맡아 유연한 관리가 가능했다. 둘째, 에너지 절감형 리모델링을 통해 장기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줄였으며, 셋째, 단기 체류형 오피스 + 숙소 패키지로 디지털노마드나 외부 창작자 유입을 유도했다. 즉, 단순히 ‘빈 건물 → 공간 대여’가 아닌, 커뮤니티 + 창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운영된 것이다.

폐교는 지역 창업의 새로운 플랫폼이 된다

폐교는 지역의 교육 자산이었고, 지금은 물리적으로는 멈춰 있지만 잠재적인 경제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 하나가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아이디어를 만들고,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그 사업이 다시 지역을 변화시킨다.
공유 오피스로 재탄생한 폐교는 단순히 ‘사무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창업자들의 네트워킹, 지역 주민과의 협력, 디지털과 로컬의 연결이 모두 이루어지는 새로운 창조적 공간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방에서 폐교를 공유오피스로 전환하려 한다면, 단지 공간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과 아이디어가 모일 수 있는지’에 대한 기획과 운영 전략이 함께 따라야 할 것이다. 폐교는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지역이 다시 시작되는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