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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폐교 문제

by knowledgeof 2026. 2. 27.

구도심의 모습

들어가며: 신도시에는 학교가 모자라고, 구도심에는 학교가 빈다

같은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역설이 있다. 도시 외곽에 새로 조성된 신도시에서는 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과밀학급, 이동식 교실, 신입생 추첨제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불과 차로 20~30분 거리인 구도심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이 줄어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 텅 빈 교실, 통폐합 논의가 끊이지 않는 오래된 학교들.

이 두 풍경은 서로 다른 지역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같은 도시 안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같은 광역시는 물론이고 수원, 청주, 전주 같은 중소도시에서도 이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도시 개발이 가져온 인구 이동이 한쪽에서는 학교 부족 문제를, 다른 한쪽에서는 폐교 위기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구도심에서 점점 불이 꺼져가는 학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풀어보려 한다.

1. 신도시 개발이 만들어낸 인구 이동의 구조

대한민국 신도시의 역사

한국에서 신도시 개발은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화되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이 1기 신도시의 상징이었고, 이후 판교, 광교, 동탄, 검단, 위례 등 2기·3기 신도시가 계속해서 개발되었다. 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 광역시와 중소도시에서도 혁신도시, 도청 이전 도시, 뉴타운 개발 등 다양한 이름의 신도시 개발이 이어졌다.

신도시는 깨끗한 환경, 넓은 도로, 현대식 아파트, 잘 갖춰진 편의시설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특히 자녀를 가진 30~40대 가정이 신도시로 대거 이주했다. 새 아파트, 넓은 공원, 가까운 학교, 상업 시설. 이 모든 것이 구도심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구도심에서 신도시로의 인구 이동

신도시가 생길 때마다 인근 구도심의 인구는 빠져나갔다. 구도심의 낡은 아파트와 단독 주택에 살던 젊은 가족들이 신도시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구도심에는 이동 능력이 부족한 고령 인구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게 되었다. 이른바 구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다.

구도심 공동화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와 경제 활동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죽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지역 공동체가 해체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학교다.

2. 구도심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학생 수 급감의 현실

인천광역시를 예로 들어보자. 인천 구도심에 해당하는 동구, 중구, 남구 일대는 오랫동안 인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검단, 송도, 청라 같은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젊은 가족들이 대거 이주했고, 구도심 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급격히 줄었다. 한때 전교생 1,000명을 넘던 학교가 현재 200~300명대로 줄어든 경우도 있다. 일부 학교는 전교생이 100명 이하로 떨어져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해운대구, 기장군 등 신도시 지역 학교들이 과밀로 몸살을 앓는 동안, 원도심인 동구, 서구, 영도구의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대구 수성구의 신개발 지역에 학생이 몰리는 사이, 중구나 서구의 오래된 학교들은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 현상은 지방 도시일수록 더 심각하다. 전북 전주의 경우 에코시티, 혁신도시 등 새로운 주거 지역이 개발되면서 구도심인 완산구, 덕진구 일대 학교들의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충남 천안도 불당동, 두정동 등 신개발 지역 학교는 과밀인 반면, 원도심인 성정동, 봉명동 일대 학교들은 통폐합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구도심 학교가 겪는 연쇄 위기

학생 수가 줄면 단순히 교실이 빈다는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교사 정원이 줄어들면서 과목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교육의 질이 하락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축소된다. 학교 시설 유지·보수 예산도 줄어 낡은 시설이 더욱 낡아간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신도시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거나 이사를 결심한다. 구도심 학교는 더 줄어들고 시설은 더 낙후되고 학부모들은 더 떠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구도심 학교는 점점 빠르게 폐교의 길을 걷게 된다.

3. 신도시 학교는 왜 언제나 부족한가

반대편 이야기도 해야 한다. 신도시 학교는 왜 항상 부족한 걸까?

인구 예측과 학교 건립의 시차 문제

신도시 개발 계획이 수립될 때 학교 용지도 함께 지정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학교 건립이 아파트 입주보다 항상 늦어진다. 아파트는 2~3년 안에 지어져 입주가 시작되지만 학교는 용지 확보, 설계, 시공, 교원 배치까지 최소 4~6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다녀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인구 예측의 실패다. 신도시 개발 초기에 추정한 입주 인구보다 실제 입주 인구가 훨씬 많은 경우가 반복된다.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좁은 학교에 몰리면서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한다. 이동식 교실을 배치하거나 학군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임시방편을 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학교 설립 비용 부담 문제

신도시에 새 학교를 짓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학교 용지 조성, 건축 비용, 기자재, 교원 채용까지 포함하면 학교 하나에 수백억 원이 들기도 한다. 재정이 부족한 지방 교육청 입장에서는 신도시에 빠르게 학교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기존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거나 인근 구도심 학교로 통학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4. 같은 도시 안의 두 가지 위기가 왜 따로 논의되는가

신도시의 학교 부족과 구도심의 폐교 위기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따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신도시 학교 증설은 교육부와 교육청, 지자체, 건설사가 협의하는 문제로 다루어지고 구도심 폐교는 교육청의 내부 문제로 처리되는 경향이 있다.

이 분리된 접근 방식이 문제를 더 키운다. 신도시에 새 학교를 짓는 비용을 마련하면서 구도심의 낡은 학교 유지·보수 예산은 줄어든다. 구도심 학교는 더 낙후되고 학부모들은 더 신도시로 이동한다. 한쪽에 투자하면 다른 쪽이 더 빨리 무너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인구 이동이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두 가지 문제를 통합적 시각으로 다루지 않으면 어느 쪽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5. 구도심 폐교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충격

지역 공동체의 마지막 구심점이 사라진다

구도심 학교는 오랫동안 그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수십 년간 그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 늙어온 어르신들에게 동네 학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학교 운동회는 마을 축제였고 졸업식은 온 동네의 경사였다. 학교가 사라지면 그 지역 공동체의 마지막 구심점도 함께 사라진다.

구도심 어르신들은 이미 오랫동안 상권이 죽어가고, 젊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동네가 활기를 잃어가는 것을 지켜봐 왔다. 그 마지막에 학교마저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시설 하나의 소멸이 아니라 이 마을의 미래가 없다는 선고처럼 느껴진다.

부동산 가치 하락과 경제적 타격

구도심에서 학교가 폐교되면 인근 부동산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교가 없는 동네"라는 인식은 젊은 가족들의 이주 의지를 더욱 낮추고, 남아 있는 주민들의 자산 가치도 하락시킨다. 부동산 가치 하락은 지역 상권 침체로 이어지고, 지방세 수입 감소로 지자체의 재정도 악화된다. 폐교 하나가 지역 경제 전체에 연쇄적인 하락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교육 불평등의 심화

구도심에 남는 아이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나 이민자 가정, 조손 가정 등 이동이 쉽지 않은 계층이 많다. 이 아이들에게 학교 폐교는 더 먼 곳까지 통학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방과 후 돌봄 공백도 커진다. 형편이 나은 가정의 아이들은 신도시 학교로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만 남는 구도심 학교에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된다.

6. 해외는 어떻게 대응했나: 참고할 만한 사례들

일본 도야마시의 컴팩트 시티 전략

일본 도야마시는 구도심 공동화와 외곽 인구 분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팩트 시티' 전략을 도입한 선도적 사례다. 대중교통 노선 중심으로 주거, 상업, 교육, 의료 시설을 집약하고, 외곽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구도심으로 이주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구도심 인구가 증가하고 상권이 살아나면서 학교 학생 수도 서서히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도시 전체 관점에서 인구 재배치를 유도하고 학교 문제를 연계해 해결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학교 통합 캠퍼스 모델

독일 일부 도시에서는 구도심의 낡은 학교 여러 개를 통합해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통합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여러 소규모 학교를 하나의 현대식 시설로 통합하되 지역 커뮤니티 시설과 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주민들이 학교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학교가 다시 지역 공동체의 허브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영국의 학교 리노베이션과 커뮤니티 스쿨

영국에서는 구도심 낡은 학교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규모 학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새로 지어진 학교는 지역 주민들이 방과 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스포츠 시설, 성인 교육 공간을 함께 갖춘 '커뮤니티 스쿨'로 운영되었다. 학교가 단순한 교육 시설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공간이 되면서 구도심 주민들이 학교에 더 강한 애착을 갖고 지역을 떠나지 않는 효과가 나타났다.

7.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해법의 방향

신도시와 구도심을 함께 보는 통합 교육 계획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신도시 학교 증설과 구도심 학교 유지를 별개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도시 교육 계획으로 통합해서 다루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 허가를 내줄 때부터 구도심 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평가하고 신도시 개발 이익의 일부를 구도심 학교 환경 개선에 재투자하는 제도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구도심 학교의 복합 문화 공간화

구도심 학교를 단순한 교육 시설에서 지역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전환하면 학교에 대한 지역 애착이 높아지고 지역 인구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방과 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 주민 도서관, 문화 교실, 청년 창업 공간 등으로 운영하면 학교가 구도심 재생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구도심 거주 인센티브 정책 연계

구도심에 남아 있거나 새로 이주하는 가정에 교육비 지원, 주거비 보조, 취업 연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젊은 가족들의 구도심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구도심 학교를 특성화·차별화해 신도시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교육을 제공하면 오히려 구도심 학교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도시 재생과 학교 살리기의 연계

최근 각 도시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도시 재생 뉴딜 사업과 구도심 학교 살리기를 연계하는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도시 재생 사업으로 구도심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인구가 유입되면 자연히 학교 학생 수도 회복될 수 있다. 반대로 학교를 도시 재생의 앵커 시설로 삼아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8. 지금 구도심에서 잘 되고 있는 학교들의 공통점

어려운 여건에서도 학생 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데 성공한 구도심 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강력한 특성화 프로그램이다. 구도심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교육, 예술 교육, 국제 교육 등 신도심 학교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 번째는 적극적인 지역사회 협력이다. 지역 주민, 기업, 예술가, 대학 등 다양한 지역 자원과 협력해 학교 교육을 풍부하게 만들고, 학교가 지역 사회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교장과 교사들의 헌신이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학부모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학교의 강점을 알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학교가 살아남는다.

나오며: 신도시의 빛 뒤에 가려진 구도심의 그림자

신도시는 밝다. 새로 지어진 건물, 잘 닦인 도로, 활기찬 상권. 그 빛 뒤에는 구도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점점 비어가는 교실, 줄어드는 운동회 참가 인원, 통폐합 공고가 붙는 학교 정문.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폐교 문제는 서로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하나의 도시 안에서 인구가 한쪽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동전의 양면이다. 신도시를 개발할수록 구도심이 더 빨리 공동화된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구도심 학교를 살리는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이고 교육의 지역적 불평등을 막는 것이며 도시 전체의 균형 잡힌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신도시의 불이 더 밝아질수록 구도심의 어둠도 더 짙어지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두 곳을 함께 바라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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