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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사라지면 동네도 죽는다: 폐교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by knowledgeof 2026. 2. 28.

지방의 한 구도심의 모습

들어가며: 학교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어느 날 동네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라기 시작했고 학교 앞 문방구는 셔터를 내렸다. 그다음 달엔 분식집이 사라졌다. 석 달 뒤에는 작은 슈퍼마켓도 폐업했다. 1년이 지나자 골목 전체가 달라져 있었다. 낮에도 사람 하나 보기 힘든 거리, 텅 빈 가게들, 팔리지 않는 집들.

"학교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가. 실제로 이런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폐교는 단순히 교육 시설 하나가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 전체를 흔드는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다.

이 글에서는 폐교가 지역 경제의 어떤 부분에, 얼마나 심각하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상권 붕괴, 고용 감소, 부동산 하락, 인구 유출, 세수 감소까지. 폐교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장의 전모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왜 지금 당장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하는지가 더 명확해질 것이다.

1. 학교는 하나의 경제 생태계였다

폐교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먼저 학교가 어떤 경제적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교가 만들어내는 일상적 소비

초등학교 하나가 운영되면 그 주변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소비 생태계가 형성된다.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등하교하면서 문구점, 분식집, 떡볶이 가게, 편의점, 빵집을 이용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카페에 들르거나 마트에서 장을 본다. 학교 선생님들도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거나 퇴근 후 동네 상점을 이용한다.

이 소비가 얼마나 될까? 전교생 300명 기준으로 하루 평균 학생 1인당 1,000원의 소비만 가정해도 하루 30만 원, 한 달이면 600만 원, 1년이면 약 7,200만 원의 소비가 학교 주변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학부모와 교직원 소비까지 더하면 학교 하나가 만들어내는 연간 지역 소비는 억 단위를 넘어선다.

이 소비가 사라졌을 때 학교 주변 상점들이 느끼는 충격은 즉각적이고 치명적이다.

학교가 고용하는 사람들

학교는 직접적인 고용 창출 기관이기도 하다. 교장, 교감, 담임교사, 교과 교사, 영양사, 조리사, 행정직원, 돌봄 전담 인력, 경비원, 청소 인력까지 학교 하나가 직접 고용하는 인원이 수십 명에 달한다. 지역 내 공립학교 교원은 안정적인 고소득 직장으로 이들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폐교가 되면 이 인력들은 다른 학교로 전보되거나 계약직의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교사들이 지역을 떠나면 그만큼의 소비 여력도 지역에서 빠져나간다.

2. 폐교가 상권에 미치는 영향: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충격

학교 앞 상권의 즉각적 붕괴

폐교 이후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는 곳은 학교 주변 상권이다. 학교 앞 문구점은 폐교와 동시에 존재 이유를 잃는다. 분식집과 떡볶이 가게는 주요 고객층인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급감한다. 이 가게들은 대부분 자본력이 약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매출 감소에 버티는 기간이 짧다.

실제로 폐교 이후 학교 주변 상권의 공실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폐교 1년 후 학교 반경 200m 이내 소매점 폐업률이 30~50%에 달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한때 아이들로 북적이던 골목이 적막한 빈 거리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연쇄 폐업의 도미노 효과

학교 앞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주변으로 퍼진다. 유동 인구가 줄어든 골목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지 않고 기존 가게들도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이 연쇄 폐업이 지역 전체 상권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외부 투자도 줄어든다.

특히 학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학교 주변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 수가 줄면 학원도 수강생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학원이 사라지면 학원 강사들의 고용도 줄어든다. 폐교는 교육 서비스 산업 전반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지역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생계 위협

폐교로 인한 상권 붕괴는 그 지역에서 수십 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학교 앞에서 30년 넘게 문구점을 운영해 온 70대 어르신, 20년 단골을 모아온 분식집 주인, 학교 급식 재료를 납품하던 지역 농산물 판매자들. 폐교는 이들의 삶의 기반을 한순간에 흔들어놓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고령 자영업자들이다. 폐교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고령층에게 집중되는 것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다.

3. 고용 감소: 직접 고용과 간접 고용의 동시 충격

직접 고용 감소

앞서 언급했듯이 학교는 직접적인 고용 기관이다. 폐교가 되면 수십 명의 교직원이 지역을 떠난다. 정규직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발령받아 이동하고 계약직 인력인 조리사, 돌봄 전담사, 경비원, 청소 인력 등은 재취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농산어촌 지역에서 공립학교 교사는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고소득 안정 직종이다. 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의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 한 명이 월 300~400만 원을 지역에서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교직원 30명이 지역을 떠나면 연간 10억 원 이상의 소비가 지역에서 사라진다.

간접 고용 감소와 학교 연관 산업의 위축

폐교로 인한 고용 감소는 직접 고용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 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던 지역 농가, 학교 시설 유지 보수를 담당하던 지역 업체, 교육 자재를 공급하던 상점들. 이들 모두 폐교와 함께 고객을 잃는다.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간접 고용과 공급망이 동시에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학교 급식이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역할을 했다. 폐교로 인해 학교 급식 납품이 끊기면 지역 농가의 수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간다.

4.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집값이 떨어진다

학군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한다

한국에서 부동산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학군이다.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는 아이 가진 가정들이 이주하고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올라간다. 반대로 학교가 사라지면 "학교도 없는 동네"라는 낙인이 찍히고 부동산 수요가 급감한다.

학교 폐교 이후 인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도보 통학 가능한 초등학교"가 가족 단위 주거 선택에서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폐교가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충격이 가장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폐교 이후 인근 500m 이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평균 10~20%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하락분은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의 자산 가치가 직접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집 증가와 지역 슬럼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집을 팔고 이사 가려는 주민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집이 팔리지 않으면 그냥 빈집으로 남겨두고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 빈집이 늘어나면 지역 미관이 나빠지고 그것이 다시 지역 이미지를 악화시켜 부동산 수요를 더욱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 폐교가 이 현상을 가속화하면서 학교가 사라진 마을에서는 빈집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빈집이 방치되면 화재, 범죄, 환경 오염의 위험이 높아지고 지자체가 이를 관리하는 데도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5. 인구 유출과 세수 감소: 지자체 재정까지 흔든다

폐교가 촉발하는 인구 유출

학교는 젊은 가족들이 지역에 머무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 못 간다"는 말처럼 학교는 가족 단위 인구가 한 지역에 뿌리내리는 강력한 앵커 역할을 한다. 반대로 학교가 사라지면 이 앵커가 사라지고 아이가 있는 가정들은 더 이상 지역에 머물 이유를 잃는다.

폐교 이후 해당 지역의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전국적으로 관찰되는 공통 현상이다. 특히 30~40대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이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연령대는 소비 여력이 높고 경제 활동이 왕성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인구 감소 수치 이상이다.

지방세 수입 감소와 재정 악화

인구가 줄면 지방세 수입이 준다. 재산세, 취득세, 지방소득세 등 지자체 재정의 근간이 되는 세금들이 감소한다. 세수가 줄면 지자체는 도로 보수, 공원 관리, 복지 서비스 등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남아 있는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도 낮아지고 더 많은 인구가 지역을 떠난다.

폐교 하나가 이 긴 연쇄 반응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학교 하나의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린 폐교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전체 재정에 훨씬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6. 반전의 가능성: 폐교가 오히려 경제를 살린 사례들

여기까지 읽으면 폐교는 무조건 나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폐교 이후 그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지역 경제를 살린 사례들도 있다. 이 사례들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원도 폐교 카페·숙박 시설 사례

강원도의 한 폐교는 감성 카페와 소규모 펜션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말이면 도시에서 온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인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지역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공간이 생긴 이후 인근 지역에 소규모 숙박 시설과 체험 공간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작은 관광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

전라남도 예술 레지던시 사례

전남의 한 섬 폐교는 예술가 레지던시로 변신해 전국에서 작가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다. 예술가들이 머물면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고 작품 전시와 문화 행사가 열리면서 관광객이 늘었다. 한때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였던 섬 마을이 예술과 문화의 섬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충청북도 청년 창업 공간 사례

충북의 한 폐교는 귀농·귀촌 청년들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로 작업실과 사무 공간을 제공하면서 20~30대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청년 인구 유입은 지역 소비 증가와 새로운 아이디어 유입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폐교를 단순히 방치하거나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폐교는 위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잘 활용하면 지역 재생의 거점이 될 수 있다.

7.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방향

폐교로 인한 지역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지를 정리해보자.

폐교 결정 전 경제적 영향 평가 의무화

폐교를 결정하기 전에 해당 결정이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단순히 학생 수와 학교 운영 비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폐교 이후 상권 타격, 인구 유출, 부동산 가치 하락, 세수 감소 등 간접적 경제 손실까지 종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학교 운영에 드는 비용보다 폐교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폐교 재산의 신속하고 창의적인 활용

폐교 이후 건물과 부지가 오랫동안 방치되면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진다. 폐교 결정과 동시에 활용 계획을 마련하고 가능한 빠르게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민간이 협력하는 신속한 협의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 참여형 폐교 활용 모델

폐교 활용 방안을 외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된 협동조합, 마을 기업 방식의 폐교 활용은 지역 고용 창출과 소득 순환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폐교 이후 상권 지원 대책

폐교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인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 업종 전환 지원, 임시 임대료 감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시설 유치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착륙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나오며: 학교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 계산하자

학교를 유지하는 데는 돈이 든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를 없애는 데도 돈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훨씬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비용이.

상권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줄고, 집값이 떨어지고, 사람이 떠나고, 세금이 줄고, 지자체 서비스가 나빠지고, 더 많은 사람이 떠난다. 이 연쇄 반응이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폐교가 있다.

학교는 그냥 공부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심장이었고 공동체의 구심점이었으며 미래 세대와 현재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였다. 그 다리가 사라질 때 치르는 경제적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이제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폐교를 막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결정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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